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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삶과 자연이 하나되는 열린 공간…‘공공건축’ 희망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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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1-01-19 15:02   작성자 폴리   조회 5,871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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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자연이 하나되는 열린 공간…‘공공건축’ 희망을 보다

도심재생의 기적 ‘폴리’에서 미래를 찾다

<6>무주 공공건축 프로젝트


 



입력날짜 : 2013. 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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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무주군에서는 주민과 자연 그리고 인공건축물이 하나가 된다. 故 정기용 건축가는 ‘무주 공공건축프로젝트’를 진행, 30여개의 크고 작은 공공건축물을 지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손꼽히는 무주 공설운동장<사진 위>은 운동장의 스탠드를 자연스럽게 자라는 등나무 그늘로 덮었다. 무주 추모의 집은 천장을 뺑 둘러 햇볕이 들어올 수 있도록 창을 냈다. 무주군 부남면에는 쓸모없는 땅을 이용, 천문대를 지어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을 마을 주민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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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 관중석에 등나무,
면사무소 앞 작은 천문대,
일상속으로 들어온 납골당.
정류장은 소통의 場으로…
사람과 자연이 부대끼며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그 곳.
‘무주 공공건축물’을 만나보자

첩첩 산줄기가 물결처럼 이어져 있고 아름다운 금강이 굽이쳐 도는 전북 무주. 지난 1996년-2006년 이곳에선 유쾌하고 희망 가득한 변화가 일어났다. 대부분 농촌인 이곳의 공공건축물을 사람과 자연에 가깝게 만든 것. 바로 ‘무주 공공건축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마을회관, 면사무소, 공설운동장, 군청, 재래시장, 청소년수련관, 곤충박물관, 향토박물관, 천문과학관, 농민의 집, 된장공장, 보건의료원, 종합복지관, 노인전문요양권, 납골당, 버스정류장 등 무주의 크고 작은 공공건축물 30여 개가 예술 옷을 입었다. 공공건축이 지역에 생기를 불어 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다.

지난 7일 전북 무주를 찾았다. 무주에서는 사람과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반딧불 축제’가 한창이었다. 여름의 초입, 무주의 모습은 자연의 순수와 청정미, 그리고 사람과 생활 속에 스며든 공공건축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곳이었다.

무주 공공건축 프로젝트는 1996년 건축가 故 정기용와 당시 김세웅 무주군수가 손을 잡고 진행했다.

정 건축가가 허병선 목사의 부탁으로 안성면 진도리에 마을회관을 짓게 된 걸 계기로 김 전 군수가 면사무소 리모델링 등을 제안 한 것이었다. 건축가의 예술적 역량과 더불어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무주 공설운동장. 스탠드가 등나무 그늘로 덮인 이곳은 자연과 건축이 하나가 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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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군 버스정류장에는 넓은 창이 있어 주변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의자는 ‘ㄴ’자로 만들어져 있어 일상생활 속 소통의 공간이 되고 있다.


 
이날도 등나무가 싱그러운 초록빛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청량한 공기와 시원한 그늘은 주민들의 쉼터가 되기에 충분했다. 당시 무주군수는 공설운동장에서 군내 행사를 많이 열었다고 한다. 하지만 주민들은 그닥 많이 오지 않았던 것. 한 노인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여보게 군수! 우리가 미쳤나! 군수만 본부석에서 비와 햇볕을 피해 앉아 있고 우린 땡볕에 있어야 하는데 우리가 무슨 벌 받을 일 있나”라고 화를 냈다. 이에 정 건축가는 스탠드 위에 둥그런 파이프 구조물을 설치해 등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했고 등나무는 빠른 속도로 자라 어느새 자연과 인공건축이 하나가 됐다.

이 공공프로젝트를 통해 무주 공설운동장은 등나무 운동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자연을 건축에 부수적인 조경으로 홀대하는 현대 건축에 대한 반성의 결과물인 셈이다. 정 건축가는 운동장의 스탠드를 자연스럽게 자라는 등나무 그늘로 덮어 건축에서 자연이 주인임을 상기시켰다.

다음에 찾아간 곳은 무주 추모의 집. 정 건축가는 죽음을 기억할 줄 아는 삶을 바라며 무주에서 세상에서 가장 밝은 납골당을 짓기로 했다. 일상 공간과 죽은 자의 공간이 함께했던 과거와 달리 오늘은 죽음의 공간이 삶과 격리되면서 죽음은 기억되지 못하고 덧없이 잊혀짐이 안타까웠던 것이다. 이에 건물 가운데 소나무를 심고 천장을 뺑 둘러 햇볕이 들어올 수 있도록 창을 냈다.

건물의 외관은 땅의 경사를 살리고 주변 인삼밭을 닮게 만들었다. 현재 이곳은 추모의집 확장 공사가 한창이다.

무주군 안성면사무소는 공공기관이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한 사례다. 당시 주민 대부분이 노인인 안성면에서는 목욕을 하기 위해서 승합차를 빌려 대전까지 가야 했다고 한다. 이렇게 면사무소에 공중목욕탕이 지어졌고 목욕탕은 마을 주민들을 결속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

무주군 부남면에는 별을 볼 수 있는 천문대가 있다. 마치 싸우고 등을 돌리고 있는 듯 따로 서있는 면사무소과 복지관 사이에 작은 천문대를 만든 것이다. 면사무소와 복지관은 입구가 다른 방향으로 향해 있어 건물사이 땅은 거의 쓸모없게 놓여있었다. 이에 정 건축가는 부남면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을 마을 주민들이 볼 수 있도록 쓸모없는 땅을 이용해 두 건물 사이에 천문대를 놓았다. 그리고 이 천문대는 오지 중의 오지 부남면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밤에는 별을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천문대를 개방한다. 그리고 천문대 뒤편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됐다.

무주군에서는 버스를 기다리는 공간도 예술작품이다. 버스정류장에는 넓은 창을 내 주변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의자는 ‘ㄴ’자로 만들어 일상생활 소통의 공간으로 승화시켰다.

특히 비바람을 피하는 닫힌 공간인 듯하면서도 액자 모양의 창을 통해 들어온 자연을 새롭게 바라보고 동시에 자신을 또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이웃과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폐쇄된 듯하나 열린 소통의 공간이 결국 인간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게 될 것이라는 건축가의 의지가 담긴 작품이다.

무주 프로젝트의 핵심은 ‘공공건축을 통한 지역발전의 모색’이다. 시각적으로 척박했던 무주는 다양한 공공건축을 통해 놀라운 건축문화와 공간문화를 간직한 지역으로 발전했다.

이 연재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광주매일 무주=글·사진 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
 


 


※위 기사는 광주매일 측의 사용 허가을 받고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