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문화수도를 디자인 하다 도심에서 만나는 ‘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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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사람·현재와 과거의 삶이 서로 소통하길
문화수도를 디자인 하다 도심에서 만나는 ‘폴리’
(9) 열린 장벽(The Opened Wall)
입력날짜 : 2013. 07.23. 00:00
열린 장벽(The Opened Wall)-전국현상공모 당선작, 광주세무소 앞(동구 호남동 27-1번지).
광주의 옛 읍성 터에 설치되는 10개의 폴리 중 하나를 현상공모로 선정한다는 소식이 발표되자, 건축계에서는 뜨거운 관심이 모아졌다. 이 공모에서 당선되는 작품은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작품과 나란히 광주폴리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공모 결과 해외 참여작을 포함하여 모두 185개 작품이 참여하였으며, 그 가운데 선정된 것이 바로 김세진, 정세훈씨의 ‘열린 장벽’이다.
‘장벽’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1. 가리어 막은 벽 2. 둘 사이의 관계를 순조롭지 못하게 가로막는 장애물 3. 장애가 되는 것이나 극복하기 어려운 것.
따라서 장벽의 건축학적 의미 역시 우리의 도시와 사람들 사이를 벽으로 가로막음으로써 결국 소통을 방해하고 단절을 가져오게 하는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김세진, 정세훈의 ‘열린 장벽’은 이러한 단절의 의미인 장벽을 변용하여 열림의 의미를 적용했다는 데 창의력이 돋보인다. 이들에 의해 광주세무서 앞에 설치된 장벽은 활짝 열려 있다는 데 그 가치가 있다.
김세진, 정세훈의 ‘열린 장벽’은 도시와 소통하고 사람과 소통하고 현재의 삶과 과거 광주읍성의 삶이 서로 소통하기를 원한다. 이를 위하여 작가는 주변의 흐름을 전혀 방해하지 않고 부착물 처리를 떠 있는 건축적 기능을 수반한 조형물로 도입함으로써 서로 상반되는 가치와 기능을 변증법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길에서 3m 정도 위로 떠 있는 오브제는 광주읍성의 돌을 표현하며, 바닥과 천정 두 개 층의 공간적 범위는 옛 읍성의 영역을 표시한다.
과거의 광주읍성이 방어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단단하게 닫혀 있는 폐쇄적 공간이었던 데 비해서, 작가는 이를 현재의 시공간으로 가져와 활짝 열려 있는 장벽으로 복원하면서 도시 공간과 시민이 서로 소통하기를 희망하였을 것이다.
‘열린 장벽’의 최초 설치 장소는 읍성의 모퉁이 중 하나에 해당하는 황금로 입구였으나 최종 위치는 그보다 우측인 세무서 앞쪽으로 이동한 자리에 설치되었다. 애초 계획했던 장소가 조형물의 설치로 인하여 간판을 가리게 된다는 상인들의 민원으로 인하여 장소를 이동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최종 설치된 세무서 앞 자리는 세무서의 마당과 어우러지며 ‘열린 장벽’의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으므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밤이 되면 ‘열린 장벽’은 LED조명을 밝혀 주위를 활기차게 해 주는 동시에 그 곳을 걷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읍성의 돌을 나타내는 다양한 크기의 박스는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면서도 중간 중간에 여백을 두어 하늘과 함께 어우러지는 효과를 낸다. 또한 파스텔 톤으로 다양하게 조화된 칼라는 다양한 사람, 다양한 연령, 다양한 문화를 의미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삶이 펼쳐지는 우리 도시도 이처럼 서로 함께 하며 어우러지는 일상생활의 공간으로 승화되었으면 하는 작가의 희망이 엿보인다.
‘열린 장벽’은 다른 폴리 작품에 비해 이해하기 쉽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아마도 우리의 문화와 정서에 맞고 안정감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설치할 폴리 작품은 국내 작가의 참여를 점차 높여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러면 광주 폴리가 시민에게 좀더 친절하고, 겸손한 친구가 되지 않을까.
※위 기사는 광주매일 측의 사용 허가을 받고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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