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광주 폴리 II ‘광주정신의 미학’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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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디자인 확정…실용성과 예술성 조화 눈길
이달부터 속속 준공…도심 속 소통 공간 기대
‘프로그램 운영 파트너’ 등 지속적 활용 방안도
<광주비엔날레재단은 2일 오전 재단 회의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개최하고 광주폴리 Ⅱ 디자인 콘셉트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광주폴리 Ⅱ’ 큐레이터인 경기대학교 천의영 교수가 오는 6월까지 준공될 8개 폴리의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용우 대표이사가 광주폴리 Ⅱ 에 대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광주민중항쟁의 역사적 공간과 서민들의 삶이 녹아든 도심 곳곳에 광주폴리가 이달부터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 2011년 진행된 ‘광주폴리Ⅰ’이 일제에 말살된 읍성터의 역사적 복원이었다면, 광주폴리 Ⅱ는 ‘인권과 공공공간’을 주제로 5·18의 역사적 공간을 환기하면서 ‘광주정신’의 건축적 형상화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는 실용성과 예술성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시민들의 참여와 소통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광주정신’을 구현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지난달 19일 열린 ‘제8차 폴리를 위한 시민협의회’ 회의에서 최종 디자인과 설치 공간을 확정했으며, 오는 6월까지 8개의 모든 폴리들을 준공시킬 계획이다. 이에 따라 ‘광주폴리Ⅰ’의 11개 폴리까지 더하면 광주에는 19개의 폴리가 도심 곳곳에 자리 잡게 된다.
‘광주폴리 Ⅱ’ 큐레이터인 경기대학교 천의영 교수는 “2차 폴리는 1차 폴리가 가지고 있던 지리적 제약에서 유연해지면서 인권과 공공공간에 대한 다양하고 새로운 시각들을 제안하고자 한다”며 “이번 폴리는 시민들의 제안과 참여로 완성될 것이며, 참가 작가들은 건축가뿐만 아니라 미술가, 소설가, 인문학자 등이 결합하여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8개 디자인 및 설치 장소 최종 확정
총 9개국 8개 팀이 참여한 광주폴리Ⅱ(감독 니콜라우스 히르쉬)는 광주 도심 6개 장소에 들어서며, 가장 먼저 폴리가 설치되는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꾀하고 있다. 광주공원, 광주천, 광주역 등 오늘날 시민들의 삶의 현장에 주목하면서 실용적인 기능을 지니고 활용되는 것이 광주폴리 Ⅱ의 가장 큰 특징이다.
영국의 젊은 건축가 데이비드 아자예와 미국의 촉망받는 소설가인 타이에 셀라시는 한 팀을 이루어 광주천 양유교 인근 천변에 ‘광주천 독서실’을 제작한다. 한국의 정자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천변과 징검다리, 인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으며, 목재의 자연미를 살려 광주천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인도 출신 예술가 그룹인 락스 미디어 콜렉티브(Raqs Media Collective)의 ‘탐구자의 전철’은 광주 지하철 일부 구간을 강한 영상예술로 꾸민다. 검정 바탕에 은색 라인의 이미지로 내부가 장식되며 영상, 빛 등이 혼합되면서 지하철을 새로운 예술 공간으로 변화시킨다. 탑승객들은 기존 LCD모니터를 통해 영상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과거 번영을 누렸던 금남지하상가 만남의 광장 인근 40~50m 공간에 설치되는 고석홍과 김미희의 작품 ‘기억의 상자’는 448개의 작은 상자로 구성되며, 광주시민들의 기억을 담는 최초의 타임머신이 된다. 시민들에게 분양될 메모리 상자는 광주와 광주시민들의 기억을 담는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며, 일부는 일반 사물함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지리적 제약에서 벗어나 광주 도심 곳곳으로 이동하면서 광주 시민과의 소통을 꾀하는 폴리도 제작돼 눈길을 끈다. 2012광주비엔날레 기간 동안 선보인 서도호의 ‘틈새호텔’은 지난 비엔날레 때 체험했던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업그레이드 됐다. 특히 이동식 호텔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무게를 줄인 것이 특징이다.
중국의 인권운동가이자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공동감독을 역임한 예술가 겸 건축가인 아이 웨이웨이는 1m 규모의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포장마차’를 만든다. 이 포장마차는 광주 도심 일원을 유랑하면서 시민들을 위하여 따뜻한 음식을 만들고 즐길 수 있는 열린 사랑방으로 활용된다.
△‘공공 공간에 녹아든 인권’ 눈길
이번 광주폴리 Ⅱ는 ‘인권과 공공공간’이라는 주제에 맞게 민주와 인권, 평화라는 ‘광주정신’의 함의를 현대적인 조형 감각으로 풀어냈으며, 특히 인권을 담은 작품들이 두드러진다. 또한 제각각의 폴리는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완성도를 높여간다.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 옆 도로에 들어설 현대 건축의 거장 렘 쿨하스와 잉고 니어만의 폴리 ‘투표’는 세계적 건축의 거장이 광주에 만드는 최초의 여론조사의 장이자 투표소가 될 전망이다. 이 작품은 광주학생회관 인근의 도로에 가로등 형태의 배너를 만들어 찬성과 반대, 또는 유보 등 3개의 질문을 던지고 시민들이 원하는 통로를 통과하게 되면 카메라가 자동 인식하여 집계하는 투표소이다. 거의 모든 현안에 걸쳐 시민들에게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이기 때문에 국내외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광주역 앞 교통섬에 들어설 에얄 와이즈만의 ‘혁명의 교차로’는 아랍의 오렌지혁명을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원형광장이나 원형로터리에서 일어난 혁명들의 특징을 표현한 것으로, 투명한 유리로 된 공간 안에 원탁 테이블을 설치해 놓는다. 이곳은 시민들의 토론 공간과 광주를 찾은 이들의 회의장으로 활용된다.
덴마크 3명의 아티스트 그룹인 수퍼플렉스의 ‘유네스코 화장실’은 광주 공원 입구에 있는 기존의 낡은 화장실을 철거하고, 파리 소재 유네스코 본부의 상임위원화장실을 복제한 새 화장실을 설치한다. 유엔기구 가운데 인류에게 공헌도가 가장 높은 유네스코의 기능과 의미를 인권도시인 광주에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철물 소재의 흰색 박스 형태의 유네스코 화장실은 매우 단순한 형태로 꾸며져 권력의 시민화를 지향하는 광주정신과 맞닿아 있다.
△프로그램 운영 등 시민 참여 기대
광주폴리 Ⅱ는 ‘광주정신’에 부합하도록 시민들의 다양한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출발부터 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지난해 8월 11명의 지역 사회 전문가 및 시민사회 대표들로 구성된 ‘폴리를 위한 시민협의회’를 발족한 데 이어, 폴리의 운영과 관리도 시민들과 함께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시민들의 문화 공간이자 소통 공간으로 폴리를 활용하기 위해 ‘폴리 프로그램 운영 파트너’를 선정해 지속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8개의 폴리마다 지역 내 각 기관들이 폴리의 성격과 특성에 맞게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게 된다. 렘 쿨하스와 잉고 니어만의 ‘투표’는 광주청소년문화의집에서 담당할 예정이며, 에얄 와이즈만의 ‘혁명의 교차로’는 광주인권평화재단과 협의 중이다.
아이 웨이웨이의 ‘포장마차’는 푸른길과 광주YMCA에서 프로그램 운영 파트너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인 운영을 위한 ‘시민 참여단’도 꾸려진다. 전문가와 인근 주민, 학생 등으로 구성된 시민 참여단을 각 폴리마다 구성해, 이들이 관리 및 홍보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오프닝은 오는 6월께 열릴 예정이며, 이후 폴리에 대한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지적 체험프로그램인 컨퍼런스도 마련된다.
/ (재)광주비엔날레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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